한라산 제주도 찬가(100대 명산 )
산이름 : 한라산 ( 1,947m )
산위치 :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산행일자 : 2007년 10월 12 ~ 13일 / 무박 2일
교통편 : 인천 ~ 제주 직항로 오하마나호
우리네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좋아한다. 특히 남국의 정취를 좋아하는데 우리들이 남국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며 이러한 남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곳이 제주도만 한 곳이 없어 사시사철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한반도 끝에 남북 보다는 동서로 약간 길게 볼록렌즈처럼 누워있는 제주도는 내륙보다 몇 십 배나 작지만 우리나라 최고봉이라는 한라산을 안고 있는 독특한 지질학적 신비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찍이 화산 폭발이 없었다면 이처럼 남한 최고봉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질과 토양, 바위와 산이 내륙과 다르기에 언어와 문화도 다를 수밖에 없는 별개의 작은 나라 제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추억을 묻어 놓았을 것 같은 섬, 남태평양 어느 곳에 태풍의 씨앗이 잉태하면 가슴 조여야 하는 섬, 제주도를 향한다.
한라산은 제주도이고 제주도는 한라산이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한라산이 없다면 제주도는 단순한 관광지일 뿐, 산악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이다.
한라라는 뜻이 밤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는 뜻이라는데 출발하기 전날 밤 백록담 목책에 홀로 기대어 흰 사슴과 함께 시를 읊는 꿈을 꾸었는데 웬일인지 은하수는 보이지 않았다.
은하수가 운무라면 이번에는 백록담은 속살 그대로 드러나 있을 터 아무에게나 백록담이 속살을 쉽게 드러낸 적이 있었던가? 산을 좀 다녀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라산을 동경하지만 지리적 여건이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이 한라산 등반이다.
63산악회는 이런 난제를 일거에 제거하고 창립의 뜻을 담고 한라산을 향한다.
[ 한라산 산행 일정 ]
2007년 10월 12일 (금요일) 오후 6시
연안부두 터미널 대합실
여행의 출발은 설레임 이라는 것을 모를 이 없는 상기된 얼굴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긴장을 애써 감추려하지만 선린인들의 소박함이 감춘다고 감춰지겠는가?
우리들과 첫 등반을 하게 될 성훈이의 첫 산행 신고용 족발 박스가 첫 눈에 들어왔고 바쁘게 움직이는 태권총무가 오늘따라 유난히 멋지게 보인다. 승선권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기재함으로서 잔뜩 찌푸린 인천항을 떠날 수가 있었다.
오후 7시 오하마나호 하루방
여객선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총 6,322톤으로 정원이 945명인 메머드급 여객선인데 오늘은 800명을 태웠다. 태권총무의 활약으로 얻어낸 4층 우리들만의 객실인 하루방에 배낭을 풀자마자 족발접시와 순대접시가 정확한 비율로 종렬대형으로 깔려지고 소주병이 듬성듬성 꽂혀있다. 우리들의 만찬광경을 부러운 눈초리로 힐끗힐끗 쳐다보고 지나는 승객들에게 엷은 미소를 보내지만 자칫 오만함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오후 8시 선실 밖과 선미
각자 준비한 도시락과 족발로 저녁을 마친 대원들은 삼삼오오 선실 밖 복도나 선미에서 검은 바다를 경험한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선 체 난간에 기대어 바다 바람에 온 몸을 맡기니 칠흑같은 어둠 속 멀리 서해안 육지에서 깜박이는 불빛이 아련하고 발밑 저 아래 하얀 포말이 검은 물결을 가르며 줄기차게 따라온다.
오후 9시 선상 제1부 라이브카페
금속성 마이크소리가 귓전을 때리는것을 보니 드디어 라이브가 시작 되나 보다.뒤늦게 알았지만 불구의 몸인 젊은 여성가수가 목발을 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대를 사로잡고 생맥주 잔을 높이 쳐들고 환호성을 터뜨린 육지를 떠난 사람들은
점점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 든다. 아쉽게도 20 - 30대 젊은 세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오후10시가 되다
하이라이트인 선상 불꽃놀이가 안면도 앞바다에서 시작된다고 안내방송이 나오자 모두를 갑판위로 올라온다. 디스코음악과 함께 검을 하늘에 형형색색 불꽃이 난무하고 수많은 불똥들이 내 머리 위로 우수수 쏟아지는 황홀함! 실외 마이크에서 템포 빠른 디스코곡이 찢어지듯 흘러나오자 남녀가 불문하고 괴성을 지르며 몸을 흔들고 불꽃이 하늘에서 춤추고 갑판에선 인간들이 춤을 춘다. 여기 또한 20,30대는 보이지 않는다
오후 12시 눈을 붙이다.
모든 이벤트가 끝나자 내일의 산행이 걱정되는지 억지로 잠을 청하는 모습이 여기 저기 보인다. 룸을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복도에 뒤둥그러져 있다.
남해안 일출과 함께 추자도를 보는 축복을 얻다
13일 (토요일)
남해바다의 새벽을 느끼려 많은 사람들이 선실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하고 있다. 6시30분에 살짝 가려진 일출을 보았으며 6시 50분에 우리 배는 추자도를 통과 하였다.
제주항
오전 8시 30분 제주항 도착하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도시락과 생수 1병씩을 지급받고 2호차에 승차하였다. 성판악으로 가는 도중 태풍이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그날의 참상에 가슴 아파온다.
오전 9시 30분 한라산등반을 시작하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시작된 산행은 지루하도록 완만하게 이어지는데 까마귀 울음소리는 중턱까지 이어져오고 도중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우박을 만났다.
오후 12시 20분 진달래밭 휴게소
오늘 산행의 중간 점검지인 진달래밭 휴게소에 도착하니 두그룹은 먼저 출발하고 2그룹이 기다리고 있다.2그룹과 함께 후미그룹을 기다리기 위해 점심을 결정하고 도시락을 펼쳤더니 여행사 가이드가 아연실색을 하는데 12시 30분 정각에 이곳 통제소를 통과하지 않으면 백록담 산행을 금지시킨다며 통제소를 통과하여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이미 펼쳐놓은 도시락을 주섬주섬 다시 챙기는 사람,끝까지 앉아서 오기를 부리는 사람....보기 힘든 진풍경이 눈앞에서 벌어졌지만 백록담의 유혹이 어찌나 강해 마감 전 12시 28분에 통제소를 통과하면서 후미에게 무전을 타전했다.
후미그룹은 다시 성판악으로 하산한다는 무전으로 보고를 받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함께 못해 아쉽지만 낙오 걱정 없이 지금부터 선두를 따라 잡기로 작정하고 힘차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후 1시 30분 백록담에 도착하다
비로소 선두에 서서 성판악 출발 4시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어젯밤 꿈대로 운무는 없고 백록담이 속살을 드러내고 하얗게 반겨주는데 이 얼마나 행운인가!
성산일출봉이 아득히 보이고 뒤로 우도가 엎드려 있다. 눈이 시도록 펼쳐져 있는 파란 바다위에 떠있는 배들은 한 낱 개미에 불과하고 서귀포의 밀감 밭은 녹색 양탄자가 되어 제주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우주의 한 공간에 떠 있는 착각 속에서 막걸리 잔을 돌리며 제주의 한을 하늘로 날려 버렸다.
오후 1시 50분 하산을 하다
항상 아쉬움을 안고 사는 것이 인간사는 오늘도 예외는 없구나 . 잘 있어라 백록담아!
한라산은 화산이 분출하여 만들어진 산이기 때문에 바위가 거의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무암은 물을 빨아드리는 성질이 있어 계곡에는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다. 비가 오면 그 순간만 계곡에 물이 흐르고 바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계곡은 항상 말라 있는 것이 한라산의 특징이다.
하산 코스인 한라산의 대표적인 탐라계곡도 예외 없이 말라 있었지만 이번 태풍으로 곳곳에 피해가 엄청나 등산길이 유실되었고 용진각 대피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살인적인 강우였다고 산장지기가 혀를 내두른다.
오후 5시 30분 관음사 주차장 하산완료를 하다
이구동성 고통스런 하산 길 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도에 돌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등산로에 이토록 돌이많은 것은 어디서건 경험하지 못하였다.내일이면 무릎이며 발바닥, 허리까지 통증이 있을 것이다.
오후 7시 10분 제주항을 출항하다
귀경길은 어제와 역순인데 다른 것이 있다면 어제는 남해바다에서 아침을 맞고 내일은 서해바다에서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어젯밤은 족발과 참이슬로 출발을 자축했지만 오늘밤은 제주산 회와 한라산(소주이름)으로 무사귀경을 자축 하는 것이 다르다.
14일 (일요일) 오전 8시 40분
인천 연안부두 도착하다.
생소한 2박 1일의 한라산 등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누구하나 지루하다거나 심심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또 이 산행을 권해도 나는 또 갈 것이다. 모두들 고생했다.
이번 산행에 맑은 백록담을 볼 수 있었던 행운! 그 행운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계속 따라 다닐 것이다.
K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