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오늘도 미세먼지가 심하다하니 집에 있기로 작정하고 오전에 청소 끝내고 때 되서 점심 차려 먹고 낮잠 한 숨 넉넉히 자고 난 후 읽던 책을 잠시 접고 리모콘을 찾는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 요리 저리 돌려도 식상한 인물들이 이리 저리 방송국만 옮겨다니며 담을 내쏟아내는 꼴에 또 한번 식상하여 리모콘을 끈다.
변호사들은 방송국 출연도 자주하여 수입이 쏠쏠하겠지.....역시 개인기로 먹고 사는 사람이 제일 좋은 세상이야 말 잘 하는 것도 개인기이니까. 마시다 만 양주병을 장에서 꺼내 투명한 유리잔에 한 잔 가득 채우니 투명한 색깔이 황토색으로 변한다. 캬- 하면서 술 잔을 식탁에 내리치는 맛! 그리고 구운 생선접시에 코를 박는다. 항상 그렇듯이 혼자 마신 술은 취기가 빠르다.
지난 날의 내 지혜와 감성과 열정은 어디로 가고 무력감만 남았는가? 일상에 메여 살고 일상 속에서 웃고 우는 필부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내 자신이 진짜 필부인것을 ...... 바라는 대로 다 되는 세상은 아니지만 결코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는 살지 않겠다던 우리들의 학창시절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제 육십줄에 들어 서서 쓸데없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조금 알다보니 학창시절의 마법과 주술의 힘을 상실하게 되었고 세월의 나약함 속에 남의 험담이나 쏟아내고 양 어깨에 짐을 가득 짊어진 늙은 당나귀가 되어 버렸으니 내 모습이 너무 한탄스럽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블로그를 개설한 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다. 제대로 블로그를 잘 꾸미고 있는건지 아니면 내 푸념만 늘어 놓는건지 도통 블로그의 개념조차 혼돈스러운 지난 몇 달이었다. 그러나 나만의 블로그를 만들어 나를 위하고 방문자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듯 하여 나 만의 스타일의 블로그를 계속 만들어 갈 생각이다. 내일부터는 오래 전 운암산악회 회지에 고흥반도 여행기를 기고한 글이 있는데 그 글을 각색하여 올려볼 생각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오기 전에 서둘러 글을 맺어야 겠다. 집에서 기른 친숙한 개가 늑대처럼 낯설어 보이는 시간을 말 하는데 프랑스에 자주 등장하는 말로 해가 지고 사물의 윤곽이 흐려지는 해질녁을 의미한다
K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