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에세이

황진이가 그리운 계절

케이와이지 2018. 5. 9. 14:17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떠오른 인물이 있다.

황진이다. 황진이는 이조 선조 때 송도 기생이다.

평소 황진이를  좋아했던 나는 황진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던 중에 우연히 임제라는
인물을 발견하였다.
 
황진이를 사모하는 인물 중에 세상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임제라는 선비는 예조정랑의

벼슬을 받을 만큼 시와 문장이 뛰어났고 과거에 급제하여 장래가 촉망되었던 젊은 선비였다.
 
임제는 그토록 사모해 왔던 진이가 세상을 뜬 것을 알고 절망하다가 소주병을 들고 장단에

있는 진이의 묘 앞에서 제사를 지내며 시를 한 수 읊었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었는다
  홍안은 어데 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
 
임제가 기생의 무덤에 제사를 지냈다는 소문이 장안에 무성터니 기어코 임제는 결국 파직 되고 말았다.
 
그까짓 벼슬쯤이야 상관이야 있냐만은 속 좁은 조선 땅에서 태어난 것이 한스럽다며
모든 것을 버리고 전국을 방랑하다가 일면식도 없던 기녀에게 지어 받친 시 한 수에
일생을 잡혀 살다가 3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황진이는 살아 생전에 임제를 만났어야 했다.
임제를 못 만난 것이 그녀에겐 불행이었고 슬픈 숙명의 여인이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사진 캡쳐

 
황진이가 만난 남자들은 누구였는가! 
30년 면벽 수도승 지족선사는 진이의 농락에 파계승이 되었고,

이씨 왕족 벽계수도 진이의 치마폭에 체면을 구겼으며 대제학을 지낸 소세양도 진이의 입술에서 헤어나질 못했고 선전관 이사종은 진이와 6년 동거에 전 재산만 날리고 산으로 들어갔으며 이정승의 아들 이생은 황진이의 금강산 단풍놀이의 짐꾼으로 타락 되었으니 ...........

 
 

사진 캡쳐

 
오직 진이의 난공불락은 화담 서경덕 뿐이었다.
진이는 퇴락한 화담의 초당 서거정을 맴돌면서
 
 자연은 박연폭포요
   남자는 서경덕이요
   여자는 자기 자신이라! “
 
이 셋을 송도의 삼절로 치면서 기생의 품위를 동격선상에 올려놓은 참으로 대단한 여자이다.

도대체 나에게 황진이는 무엇인가?
시공을 넘어서 다가오는 생명력인가 아니면
내가 사는 원동력인가!
그녀에 대한 애절한 향수가 아스팔트 처럼 메마른 내 가슴에 스며든다.

                   
                    K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