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 청계천 (2)
다희가 청계천에 다시 나타난 것은 광교사거리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무렵이었다.
그 동안 대통령이 두 번 바뀌었으니 청계천을 떠난 지 11년이란 세월이었다. 얼굴은 수척하였으며 세월의 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신 다희는 지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주었다.
인천의 한 남자와 결혼을 하였고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남편의 고집으로 아들의 심장을 병원에 기증한 후 부터 밤마다 잠을 못이룬다 하였다.
다희는 죽은 아들의 심장이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마다 아들의 심장소리가 듣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며 꼭 만나서 타인의 몸속에서라도 살고 있는 아들의 심장을 확인하고 싶어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을 찾았다한다.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남편의 질책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희는 아들의 심장을 찾아 다녔던 것이다.
간장도 아니고 신장도 아닌 맥박이 뛰는 심장이기에 무언가 반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었음을 고백할 때는 인간의 정과 비정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인가를 헤아려 보았다.
커피를 리필하여 또 한 잔을 다 비우면서 다희는 이식자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말할 때는 그 옛날의 다희가
아니었으며 삶과 죽음의 한계에 놓여 있는 아름다운 숲속의 한마리 사슴이었다.
다희는 아들의 심장을 준 어느 컴퓨터 그래픽 여성을 만났는데 그 여성의 얼굴 색깔이 너무 창백하여 당신의 심장은 내 아들 것이란 말을 차마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커피집에서 나온 다희와 Y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청계천을 걸었다. 어느덧 청계천은 어둠 속에 쌓였지만 요란한 등축제에 비친 물결은 찬란하였다.
아! 흔들리고 있는 아들의 심장처럼 오늘도 청계천 한가운데를 흐르는 청아한 물줄기는 밑으로 밑으로 흘러 내려간다.
기쁨과 고통을 타종하는 보신각의 종소리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울려 퍼지고 인간의 전율같은 노란 은행잎은 광교사거리에 흩날리고 있다.
청계천의 다희야 !
K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