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오후가 되어서야 가늘어 진다.
다동 사무실 유리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빗방울의 낙하 속도도 현저히 느려진다.
유리창 넘어 광교사거리엔 색색의 우산이 코스모스 꽃잎처럼 흩어졌다 모여졌다 한다.
이렇게 비오는 날 오후엔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청계천의 다희다.
3년 전 청계천 고가도로가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어 통수식이 있던 날이다.
긴 머리를 늘어 뜨리고 돌연히 나타났던 다희는 애증이 가득한 눈으로 올려보더니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청계천을 떠났고 그 후로 청계천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청계천을 떠난 후 처음으로 청계천에 비가 내린다.
행여나 만날 수 있을까 우산을 챙기고 사무실을 나와 광교사거리를 두리번거리다 Y를 만난다.
아! 청계천은 다희 대신 Y를 보냈구나!
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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