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운 산하/한국 100대 명산 완등기록

명성산에서 만난 궁예 ( 100대 명산)

케이와이지 2017. 12. 21. 00:30

산이름 : 명성산 ( 921m)

산위치 : 경기도 포천, 강원도 철원시

산행일자 :  2018년  2월  25일

교통편 : 42인승 버스대절

 

명성산

  

 
 
슬픈 궁예여!

어느새 밤은 깊어 창 밖은 별똥들이 무수히 떨어진다. 궁궐 안의 비릅나무 가지에 걸친 유월그믐달이

궁예의 얼굴을 비친다. 악몽에 꿈을 깬 궁예의 얼굴에 식은땀이 흥건하게 베어있다. 밖이 소란하다.

급하게 들어 온 내시는 " 전하 ! 왕건이 모반을 ......."


차마 말을 잊지 못하던 내시는 업드려 통곡을 하지만  "그럴이가 없어, 믿었던 아우 왕건이 그럴리가 없어...."

새벽이 열리자 궁예는 승복을 입고 바랑을 메고 궁궐을 빠져 나온다. 하루 아침에 쫒기는 자가 되어 가슴을 치며 한탄강을 건너 눈물을 뿌리며 명성산에 오른다.
 
 

산정호수의 궁예 동상

 

푸른 빛 산정호수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은빛 억새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누군가 가을 억새는 역광으로 보아야 제 멋이 난다고 했던가 ! 역광에 비친 억새에 바람이 부딪치니 키 작은 억새에서 솜털이 흩날린다.

그렇지! 억새는 바람이 불어야 제 역할을 하지....

새롭게 단장한 팔각정에서 까실 까실한 억새의 솜털을 더듬다 지나는 바람에 들켰다. 수줍은 듯 일어나 베낭을 메고 능선을 따라 명성산 정상으로 향한다. 명성산 정상에 올라 멀리 철원 평야를 가늠해 본다. 저 철책선 넘어 어딘가에 궁예가 꿈꿨던 마진국의 궁궐터가 있을 터인데.....삼층석탑과 남대문터는 그대로 남아 있을까 .............
 
  

궁예 처형

 

슬픈 궁예여 ! 그대는 진정 칼의 후예였소 ?
918년 그대가 마진을 세운지 28년이 흘렀소. 어지러운 이 세상에 미륵의 세상을 꿈 꿨거늘 그대는 미륵의 세상을 보았는가 ?
목숨을 걸고 그대를 따르던 장수는 다 어디로 갔는가? 그토록 믿었던 아우 왕건은 어디 갔는가. 평생을 누르고 눌러왔던 눈물이, 핏물이 가슴을 적시며 그대 가슴에 울컥 울컥 쏟아졌으리라! 한 시대의 혁명가 처럼 그대도 참담함과 비통함을 쓸어 안고 명성산을 올랐는가 !

" 김이사님 , 정상주 한 잔 하셔야죠! " 등반대장의 둔탁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자 깊은 심연에서 빠져 나왔다. 세라컵에 하얀 막걸리가 폭포수 처럼 쏟아지자 거푸 거푸 들여 마시고 벌렁 드러누었다. 파란 하늘에서 하얀 미소를 띠고 궁예가 다가와서 귀속에 속삭인다.

" 이봐 젊은이 , 왕건이 나보다는 낫지 않아 ?"
" 당신들 이 만큼 잘 살고 있잖아"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거든요."

천 백년이 흘러오는 동안 저 넓은 철원평야는 항상 세인의 뒷전에 있었지만 머지않아 통일이 되면 우리들의 한 중앙에 자리잡을 것이다. 주섬 주섬 베낭을 챙기고 하산길에 접어들자 또 한 차레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아듀!  궁예, 명성산이여! 
                                                                                                                                                               
                              K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