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에세이

거문도, 저 구름아 !

케이와이지 2018. 2. 26. 15:36

거문도 여객선 터미널

 

여행일자 : 2000년 4월 20일

 

아침에 떠난 여수항, 두 시간 뱃길에 거문항이 열렸다. 갈매기가 끼륵 끼륵 말을 건넨다. 왜 혼자 왔냐고...

여행은 원래 혼자란다.

 

 

 

찬바람이 휭휭한 지난 겨울날 너에 대한 그리움이 눈처럼 쌓여서 천리를 마다않고 거친파도 헤쳐왔다.

참으로 멀고 아득한 하얀 거문도! 서도,동도,고도 세 개의 섬이 껴안듯 어우러진 하얀 섬, 거문도!

 

 

 

수월산 가는 길은 온통 검붉은 동백 길!

길에 떨어진 꽃잎들의 뒤엉킴에 혹시나 밟힐까 문득 서서 하늘을 덮는 동백 숲을 원망스럽게 올려다 본다.

진하게 꽃 멀미를 하고 동백꽃 터널을 빠져나오면 유채밭 넘어 거문도 등대가 저 멀리 외롭다.

 

 

거문도 등대

 

거문도 등대는 110년을 자랑한다.

노도같고 칠흑같은 밤을 한결같이 지켜온 거문도 등대! 등대는 어디서나 외롭다.

 

그래서 등대를 찾는 사람은 외로운 것일까!

수월산 끝자락에 손에 잡힐 듯 하얀 등대! 거문도 등대에 흰구름이 걸쳤다.

 

 

 

등대를 남겨 놓고 떠나는 마음 너는 모른다. 

고도가 바라보이는 유림백사장 모래톱에 앉아 연숙이와 피터를 생각한다.

내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던가! 

때마침 갈매기 한 마리가 훼를 치며 오르니 구름이 내린다. 거문도, 저 구름아!

먼 수평선 위에 일몰이 온다. 

아! 이 시간이면 생선회 한 점에 소주 한 잔이 감쳐온다. 이것이 사치인가! 아니면 인생인가!

 

  필로그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박영숙은 1997년 거문도 (전 3권)을 집필하였는데  이책을 우연히  만난 필자는 다음날 배낭을 메고 거문도로 나섰다.

                                                       

고종 22년 1885년 4월 17일  부터 약 2년간 영국해군이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거하였는데 이름하여 거문도 사건이다.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은 정치적 혼란으로 조선은 풍전등화와 같았다. 대원군을 축출한 명성황후가 청국과 일본을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를 불러들이자  영국은 중국에 머물고  있던 해군을 거문도로 이동 시켜 불법으로 주둔 시켰다.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거문도가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은 동도와 서도 사이의 고도에 주둔하면서 토지와 노동력을 빌리는 댓가로 의료시설과 선진문화를  제공하면서 거문도 주민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이 짧은 기간에 영국 수병 피터와 서도에 살고 있는 무녀의 딸 연숙이와 사랑이 싹튼다. 피터는 연숙이가 보고 싶을 때는 헤엄 치기도하고 때로는 작은 배로 서도로 건너가 연숙이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데이트 장소는 주로 고도가 내려다 보이는 벼락바위 위였다.

 

영국 해군이 철수할 무렵이 되어 둘이의 사랑은 기로에 서게 되었는데  철수 완료 며칠  앞 두고 피터는 연숙이를 만나 작별을 고하려 하였으나 며칠 째 이어지는 폭풍으로 연숙을 만날 수 없었다.

 

피터는 연숙이가 너무 보고 싶고 작별 인사를 하려고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친파도를 헤엄쳐 갔으나  바다의  신은 끝내 그를 외면하고 피터는 싸늘한 죽음을 맞이한다.                

 

        

피터의 죽음을 모르는 연숙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벼락바위에서 고도를 내려다 보며 피터를  기다렸으나 끝내 그는 오지 않았다.  고도항은 낮에는 눈에 띠게 준 군함들만이 휑하게 보이고 밤에는 어둠속에 파묻힌  군함들의 희미한 불빛만 보일 뿐이었다.

 

벼락바위에는 벌써 한 달째 연숙이가 보이지 않는다.  휑한 벼락바위 위에는 해오라기들 만이 하늘을 쪼아댄다. 

해오라기들은 연숙이가 피터의 아이를 낳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만 쪼아대고 있다.

 

피터의 딸을 낳은 연숙은 수척한 모습으로 한 달만에 벼락바위에 나타나 영국군이 완전히 철수해 버린  고도를  내려다 본다. 연숙은 벼락바위에서 천길 물속으로 몸을 날렸다.

 

무당할멈에 맡겨진 피덩어리는 성장하여 한.영 최초의 혼열아가 되어 자기의 과거를 찾아 거문도를 찾아 온다.

그녀가 이 책의 주인공 김미희여사이다

 

                          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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