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쪽을 향한 100여 채의 초가들이 옹기종기 늘어선 전형적인 한촌 두슬마을!
지대가 높아 어느곳 보다 서리가 빨리 내리고 고추알처럼 매운 찬바람이
몰아치면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그대로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로 유명한 곳!
물론 그때는 모두가 가난했던 탓으로 실히 먹지도 못하고 입성도 얇았으니
느끼는 추위가 요즘 얘들과 달리 한층 더 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집!
올해도 어김없이 설이 찾아 오겠지.
어린시절 어머니가 장에서 사온 설빔을 움켜안고 함박입을 다물지 못하고
밤새 뜬 눈으로 보냈던 우리 집.
설빔을 사 오셔서 혹시나 7남매 어느 놈 하나 섭섭하지 않도록 세심하고
배려있게 챙겨주신 어머니는 이 세상에 안계신다.
섣달 그믐날 밤을 보내고 새옷으로 차려입고 부모에 세배하고 동네를
휘젖고 다니던 어린시절의 설은 이제 없다.
이제 모두가 떠난 두슬마을이지만 명절이 오면 통샘골목, 회관 앞, 사장, 기동,
윤리, 안가테 등 뛰놀던 골목 골목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명절이 다가오면 음식을 장만 하시다가도 보성역 기차 기적소리가 들리면
하시던 일을 멈추시고 이웃 빙계아짐과 함께 집 앞에 나오셔 쭈구려 앉아
자식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사무치게 보고싶다.
노천명이 그랬듯이 고향마을에 어제든지 가리다.
마음이 병들고 육체가 시들기 전에 언제든 가리라!
녹차 향기 그윽한 내고향 보성으로 .......
k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