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묵어야 할 숙소 언덕마루 식당.
상다리가 부러지는 남도의 음식상 위에 양주가 돌고 소주가 돌고 맥주가 흘러 넘치는 열정과 우정의 파티가 마무리 되고 취기가 아직 남아서인지 홀로 밤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검은 바다를 바라본다.
맞아 줄 여인이 없다. 역시 고독은 섬에서 잉태 되는 것인가! 나의 고독을 알았음인지 박춘만 지점장이 나를 끌다시피 하여 대기하고 있는 택시에 쑤셔 넣고 여수 시내로 돌진한다. 여수시내 춘만이 단골 술집을 몇 채 들리고 자정 넘어 다시 향일암 숙소로 돌아오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은 우리는 친구라는 것이다.
여수항에서 금오도로 건너가다
이튿날 아침 속 쓰림을 감내하며 금오도 행 뱃길에 오른다. 대형 철선이 우리의 대형버스를 싣고 다도해 해상공원을
가르는 것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갑판에 오르니 바다 바람에 속 쓰림은 간 데 없고 휘파람이 절로 난다. 구두끈을 고쳐 매고 머리칼을 날리는 여인은 없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 할 나위가 없다. 높은 산을 오르지 않으면 평야를 모르듯 망산을 오르지 않으면 바다를 모른다.
금오도는 다도해 해상공원의 한 중앙에 있으며 망산은 쓰시마가 바로보이는 금오도 남쪽 맨 끝에 있다. 한 차례의 쉼도 없이 단숨에 망산에 올라 퍼질러 앉아 물통을 들이대고 벌컥 벌컥 물을 마시는기분 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전유물이다.
한여름 땡볕에 콩밭 메다 누구 한사람이 주전자에 떠온 샘물을 주전자 주둥이에 대고 벌컥 벌컥 마실 때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망산 봉수대에 올라 이순신을 생각한다.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남달리 정보력이 뛰어나 이 곳 망산에 군관 1명과 병졸 3명을 어부 복장으로 위장시켜 파견하여 봉수대를 설치케하고 그 곳에 상주 시켜 왜군을 감시했다하니 그의 치밀한 방어 정보 전략은 오늘날 우리 해군 전략의 근간이 되었다.
우리들이 인생을 살아갈 때,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집착하면 그 일이 전부인양 헤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푸른 하늘을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다소 진정되는 것을 가끔 경험하게 된다.
그렇듯 쫒기고 살고 있는 우리 선린63인들에게 이번 여수 수학여행은 건강한 힐링이 아닐 수 없다. 여수의 푸른 바다와 망산의 푸른 하늘은 힐링을 넘어 우정도 돈독히 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이번 수학여행을 주도한 동기회장과
여수 박춘만 지점장에게 다시한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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