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운 산하

소매물도에서 글을 쓰다

케이와이지 2018. 5. 3. 11:11

1박 2일 테마산행

날짜 :  2016년 5월 29 - 30일 

위치 : 통영시 대매물도, 소매물도 

 

매물도 선착장/ 아빠들

 

매물도 선착장 / 엄마들

 

낚시배를 기다리며

 

 

 

 

 

 

 

 

소매물도, 등대섬 가는 길!

우리나라 바다는 사람처럼 개성이 있다.

동해안의 확 트인 일망무제가 야망스럽다면

서해안의 개펄은 우리에게 고즈녁함을 주고

남해안의 섬들은 유배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어느 쪽을 가도 내 바다 내 섬이지만

오늘은 남해안 소매물도 등대섬을 찾았다

 

긴 계획 짧은 여정의 궂은 날씨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대매물도 팬션에서 실비내리는 아침을 맞았다.

대매물도 선착장에서 만난 선장의 구리 빛 얼굴에서

지난밤의 비 예보의 우려는 말끔히 씻었다.

 

무슨 큰일을 하러 가려는 듯 낚시배 두 척에 나누어

타고 바닷물을 가르며 소매물도를 향하는 우리는

마치 비장한 독립투사 같았다.

 

침침한 긴 동백나무 터널을 벗어나자 바닷바람과

등대섬의 아름다운 자태가 동시에 몸통을 들어냈다.

전 날 대매물도 장군봉에서 눈에 담아 두었던 석양에

물든 소매물도가 바로 내 눈앞에 서있다.

그 동안 얼마나 와보고 싶었던 등대섬이던가!

 

수많은 블로그 속의 소매물도의 사진 사진 사진들....

수많은 국내 여행잡지에 속살을 드러낸 소매물도!

내 직접 보고 디뎌보지 않고는 내 것이 될 수 없다며

밤새도록 잠을 설치며 달려왔다.

등대는 항상 외롭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들이 등대를

찾는다고 섬 시인 이생진이 말했다.

 

멀리 끝자락 높은 곳에 서있는 하얀 등대와 등대를 

받쳐주는 빠알간 지붕 세 개는 등대섬만이 가지는

특유의 색깔의 조화였다. 바닷물이 갈라지고 그 자리

엔 크고 작은 몽돌이 누워 있었다.

 

어떤 놈은 내 주먹만 하고

어떤 놈은 아기 대갈통만 했다. 쏴아 물결의

해조음은 없었지만 닳고 닳은 몽돌들이 

수 천 년의 세월 동안 이 길목을 지키고 있었으리라!

 

하얀 복숭이 같은 털을 가진 명견이 몽돌길을

철부적거리더니 등대 가는 길을 앞장선다.

복숭이 개는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등대 길을 안내하는 등대섬의 명견이다.

나무계단이 끝나자 하얀 등대가 벌거벗은 체

드러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많은 나날을

기다려야 했던가!

 

와락 등대의 흰 몸통을 껴안자 왈칵 눈물이

날것 같다. 저 밑 열목개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은

내 맘 알아줄까?

                              

                         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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