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삼정헌!
두물머리 뒤로 하고 수종사에 오르려니
초의선사가 길을 막고 차 한 잔을 내놓는데
은은한 향은 내 고향 보성차밭 자란차가 분명하다.
어찌 당신은 아직까지 살아 있소?
당신은 어찌 여기에서 나를 기다리오?
초의 향한 그리움 품고 수종사에 왔건만
인걸은 간데없고 횅한 삼정헌만 나를 기다리네.
아! 나는 또 역사를 만나러 산으로 왔구나
삼정헌 앞뜰을 어슬렁이며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대흥사 초의선사의 숨결을 엿들어 보지만
나에겐 사치요 허상으로 돌아온다.
다산 , 추사 , 초의선사가 삼정헌에서
보성녹차를 마시며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듯
나는 탁주를 마시며 두물머리를 내려다본다.
저 내려다보이는 물안개 속의 두물머리
그때나 지금이나 인걸만 다를 뿐 변함이 없으랴
수종사 뜰아래 늙은 은행나무에 눈인사를 하고
산을 내려오는 길에 시 한 수는 나의 질퍽한 삶이다.
두물머리에 깔려있던 물안개가 거치자
북녘 먹구름이 산 허리에 내려앉는다.
작별은 한 번이면 되는데
오늘 또 작별하는구나!
kyj
'비공식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년 전의 여름휴가 (0) | 2018.06.25 |
---|---|
12년 전의 삼베이불 (0) | 2018.06.05 |
황진이가 그리운 계절 (0) | 2018.05.09 |
영월에 서서 4 [ 장릉 편 ] (0) | 2018.03.13 |
영월에 서서 3 [ 관풍헌 편 ] (0) | 2018.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