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중복을 제법 소란스럽게 보내고 말복은 혼자 외롭게 보냈지만
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사욕에 사로잡힌 세상을 좀처럼 용서치 않는 구나.
지칠줄 모르고 품어 내는 희쁘연 폭염도 얼마 안 있으면 한 풀 꺾이리라.
그 놈도 자연의 이치를 모를리 없을터이니 ......
한 풀 죽은 여름도 내가 언제 그랬냐며 코스모스를 앞 세우고 다가오는
가을에 자리를 내주고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영문모른 우리들은 그래 그래 네가 가야지 가을이 오지 !
그 동안 지긋지긋 했어 잘 가고 내년에 봐 !
이렇게 우리는 세월의 흐름 속에 덧없이 나이들고 속절없이 늙어갑니다.
신뢰했던 친구가 하루 아침에 구치소에 가있고 존경하는 선배가 오랫만에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흘리는 눈물만큼 찔끔찔끔 술 잔을 들이킬 때
차라리 이 여름이 이대로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신뢰했던 친구, 존경하는 선배
그들은 수중에 떠있는 달을 잡으로 물 속으로 뛰어드는 이태백도 아니고
자기 집 장독대의 장물을 훔친 쇠파리를 쫓아 빼앗긴 장물을 회수하려고
온 마을을 뒤집는 집념의 사나이도 아니었다.
그들은 된장국 같은 구수한 맛을 내며 내가 있는 곳엔 항상 있었던 든든한
버팀목들이었다.
이 여름이 가면 꼭 잃어버릴 것 같은 나의 버팀목들을 ........
너무도 나약한 나, 이 여름을 잡을 수가 없구나!
개도 안먹는 그 놈의 돈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찌들어 갈 바엔
차라리 큰 대야에 가득 물을 채우고 잘 드는 면도칼로 머리를 박박
밀어내고 오세암으로나 갈까나 !
이 여름이 가기 전에 .............
kyj